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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아저씨들

마아저씨

마아저씨를 처음 만났을 때 착한 동네 형 이미지였다.

그 당시에는 고민이 정말 없었고, 정신없이 옆집 아저씨랑 마아저씨 놀리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약속이 존재해서 그만 일어서려고 할 때 마아저씨가 진지한 얘기를 꺼내셨다.

취업에 관한 얘기였고, 잘 기억이 안 난다. 정말로 그 당시에는 취업에 대한 걱정이 없었고, 마아저씨 손가락에 껴있는 반지의 무게를 잠깐 느끼고 약속을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후 시간은 두세 달 정도 흘렀고, 같이 공부하던 동료들의 취업 소식을 듣고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머리가 아는 거와 마음이 받아드리는 거에 큰 차이가 있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열심히 작성했다고 생각한 이력서가 탈락 메일을 받을수록 무너져 내렸다.

옆 동네 아저씨와 많은 얘기를 하면서도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었고, 불현듯 멋있었던 마아저씨 모습이 생각나서 연락했다.

 

마아저씨는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을 해주셨다.

내가 못해서 떨어진 게 아니라 회사와 핏이 안 맞았던 거라고 A회사에서 떨어졌다고 못 하는 게 아니라고 말해주셨다.

그 당시에는 많은 공감을 할 수 없었다. 취업이 절실했고, 돈도 많이 주고 유명한 기업에 들어가서 성공한 개발자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회사를 탈락할 때 마다 한 없이 부족하다고만 생각했다.

 

그렇게 위로 받고 정말로 고민이었던 질문을 했다. "더 무엇을 공부할지 모르겠어요..."

정말 심각하게 고민을 했던 질문이었다.

iOS를 공부한 지 일 년 정도 지난 시점에서 A를 공부하고 정리를 했었는데 알고 보니 A를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서 다른 질문도 나올 수 있었고 그 모든 걸 준비할 수 있다는 자신이 없었다.

이제 조금씩 대륙의 파편을 모았던 내게 면접 질문들은 바다에 대해서 알려줬다.

하지만 물어봤을 시점에 나는 이미 대답을 알고 있었다.

취업하려고 공부하지 말고, 원하는 공부를 하라고. 그러다 보면 저절로 취업하게 될 거라고. 크롱이 해주셨던 이야기이다.

아직 취업도 안 해본 사람이 얼마나 많이 공감하겠는가. 그저 머리로 받아드렸다.

마아저씨는 정말 그게 정답이라고 말씀하셨고, 대신 무작정 공부만 하지 말라고 하셨다.

십년차 개발자도 면접을 준비하면 자신이 부족하다고 생각할 거라고, 공부하면서 계속 지원하는 게 좋을 거 같다는 조언을 해주셨다.

통화를 마치고 잘하고 있다는 조금의 안도와 함께 공부를 계속했다.

 

위에서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라고 표현했지만, 저 순간에는 너무 듣고 싶은 말이었고 멘탈이 무너진 순간을 버티면서 공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회사에 최종합격을 받았을 때 두려움이 생겨서 다시 연락했다.

막연한 두려움에 대해서 질문을 했다.

 

 

마아저씨:
굉장히 불안반 기대반으로

누군가한테 계속 의견을 묻겠죠
아니면 이미 답이 정해져있지만
듣고 싶은 답이 있을지도 모르죠
제가 하지 말라하면 안할겁니까?
컴터 끄고 남의 소리 듣지말고
스스로한테 집중하는 시간을~
그리고 pros cons
문제에 대해서 명확히 적어보셔요

 

 

이때부터 나는 마아저씨가 멋있어 보였다.

사실 마아저씨 한테 연락한 그 순간에는 정말 간절했겠지만, 듣고 싶은 말이 괜찮다는 위로였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내 인생인데 왜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고, 전적인 도움을 받으려고 하는지 이 순간 깨달았다. 누군가에게 연락을 하지 말라는 건 아니다.

감정을 공유하고 그 순간을 넘어갈 힘이 생겼으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세상에서 그 누구도 나 대신 해줄 수 없는 일이 있고, 결정은 나 자신이 한다는 것을 머리에 다시 한번 더 새겼다.

 

 

그렇게 첫 월급을 받으면 마아저씨와 같이 치킨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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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에 뵙겠습니다.